'연애 리얼리티'에서 클라이맥스는 아무래도 '최종 선택'이다. 감정의 진폭에 혼란스러워 하던 저들이 과연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있을까. 과연 (몇) 커플이 탄생할 것인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곧 100일 동안 이어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한다), 연애 리얼리티는 결국 그 결론을 향해 달려 간다.
요즘 연애 리얼리티는 '스포일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시청자들이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여러 결정적 단서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얽히고설키는 다양한 관계와 상황이 주는 재미도 분명 크지만, 그 끝을 미리 알게 된다면 김이 새는 게 사실이다. 승패를 알고 보는 스포츠 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때 스포일러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발적' 스포일러라고 볼 수 있는데, ENA PLAY <나는 SOLO>가 대표적이다. 엇갈린 삼각관계가 화제였던 9기의 경우, 최종 선택 방송을 앞두고 영숙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글라스를 쓴 남자 캐릭터를 게시해 '힌트'를 줬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공개된 라이브 방송에서 영숙은 "의도치 않게 방송에 피해"를 준 것 같다며 사과했다.
현재 방영 중인 10기도 스포일러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옥순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출연자들이 모인 회식 인증샷을 게시했는데, 영식과 팔짱을 낀 다정한 포즈를 취한 모습이 있어 스포일러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둘은 방송 내용상 커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데인 적이 있는 시청자들은 이와 같은 출연자들의 SNS 활용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연애 리얼리티의 경우에 촬영 시기와 방송 시기가 길게는 몇 달 가량 차이가 나는데, 요즘처럼 SNS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완벽하게 숨기기는 어렵다. 9기 광수는 "제작진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엄청 숨어 다니면서 데이트를 했"다고 말했고, 영숙은 "맨날 차에서 도시락 먹고 숨어서 데이트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작진 입장에서 스포일러 논란은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원천 봉쇄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의리를 내세워) 자제를 요청하겠지만 사고는 터지기 마련이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나는 SOLO> 출연자의 유튜버 채널이 인기를 끌고, 기수들 간에 교류가 빈번해 스포일러 논란은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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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2>의 한 장면
ⓒ 티빙
"본편이 공개되기도 전 정현규 님 관련 정보를 다음카페에 업로드한 최초 유포자를 포함해 각종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고소장을 마포경찰에서 접수한 상태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한 법적 조취를 취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자발적' 스포일러는 '사고'에 가까워 애교스럽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두 번째 케이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지난 7일,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제작진은 공식 SNS를 통해 스포일러와 관련한 입장문을 게재했다. 제주도에서 새롭게 합류한 정현규와 관련한 정보들이 (그가 방송에 나오기도 전에) 인터넷에 유포되자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요지였다.
<환승연애>는 시즌1 때부터 '메기 효과'를 위해 촬영 중간에 출연자를 투입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박나언의 X인) 정현규가 합류한다는 소식이 (어떤 경로인지 모르겠지만) 알려졌고,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그의 프로필이 인터넷에 유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출연자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판단했다.
연애 리얼리티의 스포일러 논란은 이처럼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인플루언서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오픈하고, 한쪽에서는 원치 않는데도 타인에 의해 정보가 공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애 리얼리티가 인기를 끌수록 이와 같은 문제는 더욱 빈번히 반복될 것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김을 빼놓을 수 있는 스포일러 단속에 더욱 힘을 쏟으려 하겠지만, '비연예인 출연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한다. 허위 사실 유포나 악플, 비난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출연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개인적인 문제로 그 책임을 출연자에게 전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고민은 출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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